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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 … 책 제목도 의문형이 뜬다

wowbelly 2012. 12. 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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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분야 베스트셀러인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8.0)의 원래 제목은 『원하는 것을 얻는 법』이었다. 지금의 의문형 제목은 출간 직전 바뀐 것이다. 외부 독자 모니터링에서 평서문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수차례 내부 회의를 거쳤다. 의문형으로 하되, ‘Yes 혹은 No’로 대답할 수 없는 포괄적 질문으로 하고, 5초라도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미국 와튼 스쿨의 협상코스를 풀어쓴 이 책은 결국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단순하지만 근원적인 욕망을 묻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책은 50만부 판매로 이어졌다.

 허윤정 담당 편집자는 “‘제목전쟁’이라고 할만큼 제목은 책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문형 제목은 지금 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는 이 책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를 지난주 출간했다.

 최근 ‘~란 무엇인가’ ‘왜 ~일까’ 등의 ‘가’ ‘까’로 끝나는 의문형 제목의 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 한 달만 살펴보더라도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알키), 『김성근 김인식의 감독이란 무엇인가 』(새잎),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황소자리), 『행복이란 무엇인가』(공존),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비즈니스북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웅진지식하우스) 등이 있었다. 인문서, 사회과학서,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 등 그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이런 트렌드를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 나와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의란 무엇인가(원제: Justice)』(김영사)가 있다. 원제가 학술서적 같다는 이유로 ‘~란 무엇인가’를 붙여 대중서적의 느낌이 나도록 한 것이 성공의 한 요인이었다.

 김영사 박은주 대표는 “보통 제목 트랜드는 2~3년 주기로 바뀐다. 의문형 제목의 책들이 잇따라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하나의 트랜드가 형성된 것 같다”며 “출판시장이 어렵다 보니 이미 검증된 패턴을 따라가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제목은 책의 얼굴이다. 또 시대의 독서 경향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왜 지금 독자들은 의문형 제목을 선호하는 것일까. ‘~란 무엇인가’는 사안의 본질을 다시 묻는 형태다.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을 낯설게 보는 방식인 셈이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최근 경제 위기나 중산층의 몰락 등으로 우리 사회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다. 이 때문에 본질을 다시 직시하려는 제목이 눈길을 끄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례로 김영사에서 최근 출간한 『종교란 무엇인가』는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집필한 경우다. 갈등에서 벗어나 열린 종교를 지향하자는 이 책은 종교의 근본 역할에 대해 다시 묻고 있다. 박은주 대표는 “사회 전반에 원칙보다 변칙이, 기본보다 편법이 난무한다. 그러다 보니 적어도 책에서만큼은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멘토가 각광받는 시대=사회 각계에서 멘토 열풍이 분 것이 출판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멘토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듣고 싶어하는 현상이 제목에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교수의 강의를 엮은 지식서나 유명 멘토가 쓴 자기계발서는 화두를 던지는 듯한 의문형 제목이 잘 어울린다.

 예컨대 청년들의 멘토인 저자 김수영씨가 1년 동안 25개국 356명에게 꿈을 묻고 펴낸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는 꿈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권은경 담당 편집장은 “독자들도 스스로 꿈을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의문형 제목을 택했다”고 말했다.

 ◆지적 호기심 자극=출판계 불황에서 이유를 찾는 목소리도 있었다. 불황기에도 책을 사보는 열혈 독자를 공략하려면, 책에 인문학적 향취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주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는 제목만 봐서는 경영서라고 짐작하기 어렵다. 이 책은 미국의 유명 경영전략가인 게리 해멀이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점검해야 할 다섯 가지 쟁점을 제시한 것이다.

 박나미 담당 편집자는 “독자들은 ‘~하는 방법’ ‘~해라’ 처럼 방법론을 설파하는 책들을 잘 사지 않는다. 지적인 냄새가 나는 의문형 제목을 써서 실용서지만 철학적 고민도 들어있다는 것을 부각시켰다”고 했다. 자기계발서 분야 베스트셀러인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역시 원제는 ‘The 15 Invaluable Laws of Growth(15가지 성장불변의 법칙)’이었다.

 의문형으로 독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방식은 서술형 제목이 늘어나는 현상과도 통한다. 현재 의문형 제목만큼이나 ‘~다’ 등으로 끝나는 문학적이고 긴 제목이 강세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오우아),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달),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공감),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토네이도) 등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다. 결국 독자의 이성보다 감성을 움직여야 판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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